맛있는 한 끼를 먹는 일에, 끼니마다 고민하고 사는 듯합니다.
뭘 먹지?
세상에 없는 메뉴를 고르는 일도 아닌데 뭔 고민을 끼니마다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고민을, 저 보다는 아내가 더 많이, 더 오래 합니다.
밥때가 되면 아내가 묻습니다.
"뭘 먹지?"
"......."
속으로는 같은 물음을 합니다. '그래, 뭘 먹어야 하나..'
그래서 언제나 거의 대답은 비슷합니다.
"그냥 아무거나 먹지 뭐..."
가장 만만한 대답입니다.
대충 아무거나 먹자는 이야기지만, 결코 대충 아무거나 먹지 말자는 이야기도 됩니다.
아내는 더욱 고민이 깊어집니다.
'된장찌개'는 어제저녁에 먹어서 안 되고, '김치찌개'는 엊그제 먹었으니 안 되고...
따져보면 엄청 많은 먹을 것 가운데 매번 한 끼를 고민한다는 게 참 웃기기도 합니다.
뭐가 되었든 그냥 먹고 나면 그만인데 말입니다.
아내는 오늘 아침도 뚝딱뚝딱 뭔가를 준비합니다.
어떤 재료인지는 몰라도 볶는 것 같기도 하고 삶는 것 같기도 하고...
살살 풍겨오는 냄새와 소리에 배는 자꾸 쪼그라져서 더 고파오네요.
그렇게 해서 오늘 아침 준비한 음식은 바로 '곤드레 비빔밥'입니다.
맛난 간장만 있어도 되는 곤드레나물밥입니다.
언젠가 강원도 영월에서 처음 먹어보고는 그 뒤로 가끔 찾아서 먹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곤드레 비빔밥에 그저 양념간장을 조금 올리고 쓱쓱 비벼서 먹으면 그만인 곤드레나물밥이지요.
실컷 먹으라고 밥 양도 꽤나 많이 담아 놓았네요.
먹으면서 배가 부르다고 했더니 아내가 그럽니다.
"배 부르다고 하지 말고 맛있다고 해야지..."
아, 맞아요. 정성으로 해 준 음식을 먹으면서 내 배만 신경 쓰고 있었네요. 정말 맛났습니다.
시원한 오이무침도 함께 해 놓았네요. 아삭아삭 이것도 맛있습니다.
끼니마다 거의 거르지 않고 먹는 상추와 깻잎입니다.
나물을 즐겨 먹다 보면 밥상에서 안 보이면 무척 아쉽습니다.
콩나물 국은 이렇게 말갛게 그리고 심심하게 해서 먹습니다.
우리는 집에 있는 거의 모든 반찬을 싱겁게 합니다. 짜게 먹는 분들에겐 뭐 맹물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양념간장은 오늘 곤드레나물밥 간을 책임진 '소스'입니다.
살짝 매운 고추가 또 입맛을 당깁니다.
많이 맵지 않은 고추를 잘 고른 듯합니다. 너무 매워도 속이 쓰려서...
싹싹 비웠습니다.
양이 많다고 투덜거리면서 다 먹어 치웠네요.
간단하게 맛나게 먹었지만 고민 끝에 나온 귀한 한 끼였습니다.
맛나게 차려준 아내에게도 참 고맙네요.
배를 두드리면서 만족해합니다.
이제 배가 부르니 다음 고민을 천천히 시작합니다.
"다음에는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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