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석탄박물관을 거쳐 철암 탄광역사촌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엔 열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철암에서 영주까지 갑니다.
아침 일찍 철암역에 가니 안개가 가득합니다. 철암역 앞에 곱고 핀 꽃이 참 예쁩니다. 안개와 빨간색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철암역입니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조용합니다. 역 안 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뽑아서 마시고 열차를 기다립니다. 열차가 오는 시간은 08시 4분 열차입니다.
강원도 하고도 태백이라.... 겨울이 좀 일찍 올 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아침이라 그런지 정말 공기가 차갑습니다.
열차가 곧 들어온다는 방송을 듣고 승강장으로 나갑니다. 열차를 탄다는 설레임이 조금씩 밀려오네요.
탄광역사촌이 있는 철암역. 그 탄광역사촌을 둘러보면서 느꼈던 애잔한 마음. 지금도 날리는 석탄 가루들. 이 모든 걸 가슴에 담고 철암역을 떠납니다.
빠앙~ 소리와 함께 열차가 들어옵니다. 날씨와 상관없이 시간 되면 들어서는 열차에, 우리는 아무 말없이 몸을 싣고 떠납니다.
열차표에 적혀 있는 좌석 번호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빈자리가 많으니까요. 그저 편한대로 아무대나 앉으면 됩니다. 영주까지 가는 내내 그렇습니다.
앞쪽에 앉은 아주머니들은 영주 장에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달리 갈 데가 마땅찮으니 영주까지 장을 오가나 봅니다.
봉화에서 철암까지 협곡열차가 다닐만큼 이 열차길은 참으로 멋스런 길입니다.
더구나 오늘처럼 안개가 끼어있는 날이면 그윽한 이 풍경에 울컥 눈물이 날 정도니까요.
잔잔한 풍경에 느닷없이 콧등이 뜨거워지다니.... 풍부한 감성을 얘기하기 전에 누가볼까 쑥쓰러움이 먼저 듭니다.
군데군데 홀로 나앉은 집들이 또 가슴을 슬쩍 누릅니다. 이 외딴 곳에서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지만, 저기 사는 분들이야 또 복잡한 도시를 보며 혀를 차겠지요.
그 어수선한 곳에 어찌 사냐고.
눈 뗄 수 없는 풍경을 보면서 우리는 연신 감탄을 쏟아 내고 있지만, 장을 오가는 분들에겐 빨리 지나쳐야 할 지루한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 해가 차츰 따뜻해 지면서 안개도 차츰 걷혀가고 밝아옵니다. 그래도 깊은 골짜기 풍경은 가슴 깊이 몽글몽글 안개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어느 곳인가 지나며 본 풍경인데, 마을 분 몇몇이서 모여 타작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이라기엔 집도 몇 채 안 되지만 말입니다.
승부역에 닿았네요.
승부역 이야기하면 늘 나오는 문구입니다. 어쩌면 이 짧은 글이 승부역을 정말 잘 나타낸 말이 아닐까요. 짧게 머무는 기차탓에 발만 내려 딛고는 다시 떠납니다.
승부역을 가자면 이런 좁은 길로 가야 하나봅니다. 뭐 쉽지 않은 길이겠네요.
길은 좁지만 골짜기 구비가 참 멋스럽네요. 하긴 길이 좁아서 더 멋스러운 거겠죠.
영주가 가까워 오니 이제 또 옛집들이 보입니다. 영주에는 선비촌이 있으니까요.
아름다운 철길, 기차 여행이었습니다.
1시간 40분 남짓 걸리는 시간이었지만 깊은 계곡 맛에 빠져 참 빨리도 지나온 길이었습니다.
지나온 기차길이 참 오래 남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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