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폭포와 짜릿한 구름다리가 있는 전남 순창에 있는 강천산 입니다.
영동에 있는 천태산이 우락부락 박진감 있는 산이라면, 강천산은 나긋나긋 부드러운 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우리는 두 산 모두 꼭대기까지는 안 가봤습니다.
강천산은 매표소에서 구장군폭포까지 많이들 갑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구요. 수다 떨어가며 다람쥐하고 잠깐 얼굴도 맞대고 하면서 쉬엄쉬엄 오가면 2시간쯤 걸리는 거리구요.
가다보면 '어느새 여기까지 올라왔지?' 싶을만큼 길이 힘들지도 않습니다.
강천산에서 가장 이름난 구름다리입니다.
걷는 내내 잔잔하게 가슴을 적시는 계곡 물소리와 산새들 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산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구장군 폭포까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을 겁니다.
재미난 강천산 산길을 소개 합니다.
자, 일단 강천산은 군립공원이고 매표소를 거쳐야 합니다. 단돈 3천원 입니다. 식구 여러 명이 온다면 입장료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아무튼 단돈 3천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들머리 산길은 이렇게 벽돌로 단단하게 해놨습니다. 첫머리부터 길이 넓직하니 좋은데요. 이렇게 넓은 길이 쭈욱~~ 이어집니다.
순창.. 하면 고추장 아시죠? '순창 고추장' 그래서 다리 난간도 고추로 해놨네요. 우리도 오는 길에 고추장을 사서 왔습니다. 맛있더군요.
길은 이렇게 계속 이어집니다. 이래도 산에 안 올래? 하는 듯 평안한 숲길 입니다. 여기 걸으면서 산에 오른다고 하면 욕 먹을 거 같습니다. 여느 시골길보다 나은듯한...
산에 갈 때마다 궁금합니다. 그 높은 산에서 어떻게 물이 솟아 나오는 걸까 하고요. 땅 속에서 밀어내는 건가 봅니다. 하여튼 물, 길, 숲이 하나가 되어 가슴을 살살 어루만지네요.
아, 물론 이 평온한 길 옆으로, 여기 골짜기 건너에 또다른 데크길이 있습니다. 이 흙길이 밋밋해서 싫다 싶으면 거기로 가면 됩니다.
조금 가다보니 이렇게 낙서판도 있네요. 분필이 있으니 하고 싶은 얘기 마음껏 써놓고 가면 됩니다. 99.9%가 왔다간다는 얘기더군요.
사회에 대한 깊은 문제 제기나 뭐 우주 발전과 우리나라의 갈길.. 같은 건 없더라고요. 당연한 얘기지만...
'거라시 바위' 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옛날에 거지가 앉아 있다가 지나는 사람한테 구걸을 해서 강천산 스님에게 시주를 하고 부처님께 복을 빌었다...뭐 이런 곳이랍니다.
순창이 고추장 만드는 도시라 그런지.. 유난히 고추 고추 합니다. 남근석.. 이 돌에 손을 얹어 풍요와 득남을 기원하던 곳이라네요.
아이고 힘들어... 이 사진은 그냥 넘어가야지....
메타쉐콰이어.. 발음도 만만치않은 이 나무.. 담양에 가면 또 유명하죠. 하늘로 쭉쭉 뻗은 기세가 대단합니다.
산 중간에 이렇게 메타쉐콰이어 길이 있더라고요. 사실 보기야 좋지만 저는 이런 나무보다 겸손한듯 우람하며 멋지게 구부러지는 우리나라 소나무가 좋습니다.
강천사 일주문인가 봅니다. 네.
한달 쯤 남은 부처님 오신날 입니다. 이제 어느 절에나 가보면 연등이 눈에 띕니다. 교회는 크리스마스가 큰 행사듯, 사찰에서는 한 해 가운데 가장 큰 행사죠.
지딴에는 멋지게 다리를 꼬고 베베틀고 해서 줄기를 뻗어 올렸습니다. 사람들의 손때를 탄 건지 엉덩이때를 탄 건지, 맨들맨들 합니다. 멋지게 구부러진 죄죠. ㅎㅎ
드디어 구장군 폭포까지 왔습니다. 정말 쉬엄쉬엄 1시간 남짓 걸립니다. 사진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면 훨씬 빨리 옵니다.
구장군폭포...
전설에는 마한시대 혈맹으로 맺어진 아홉 명의 장수가 전장에서 패한 후 이곳에 이르러 자결하려는 순간,
차라리 죽기 전에 한 번 더 싸워보자는 비장한 결의로 마음을 다지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아홉 장군의 전설이 담긴 폭포이다.
이런 이야기가 내려오는 곳입니다. 그래서 더 이름난 폭포기도 하고요.
실제로 옆에서 보면 이 폭포 대단합니다. 높이가 엄청나니까요. 본래 이것보다 물줄기가 더 박력있지 싶은데, 이날 물줄기는 좀 약하네요.
아홉 장군의 물줄기 치고는 좀 약한 거 아닌가요?
폭포 앞에는 또 멋진 공원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름하여 '성테마 공원'
뭐 이런저런 성 이야기를 테마로 해서 공원을 꾸며 놨네요.
이것저것 조각품이며 돌 조각들이 모두 성을 주제로 한 거라... 사진이야 좀 찍어 왔지만 이런 데 올리기는 좀 거시기 합니다. 네. 직접 가서 보시기를....
성 테마 사진은 요기까지....... 아무리 조각이지만...... 네. ^^
멋진 한폭 그림같은 폭포를 재밌게 구경 했습니다.
멋지게 만들어 놓은 분들에게 마음 속으로 고마운 마음을 힘껏 전했습니다. 네.
휴.. 이제 구름다리를 가려고 계단길을 올라갑니다. 짧고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집니다. 올라가는데 아주 힘들더라고요. 가파르긴 왜 그리 가파른지, 망할놈의 고소공포증.
좀 이른 시간에 산에 올라와서 거의 땀을 안 흘리고 구장군까지 갔다왔는데, 이 짧은 계단길에서 땀과 힘을 다 뺍니다. 가파르고 짜릿짜릿하네요. 망할 고소공포증.
늘 이 '간'이 문제입니다. 간땡이가 좀 부어서 이런걸 대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높은 데만 올라오면 또 간이 오그라 듭니다.
현수교 가려면 철계단을 내려서야 하는데 우리는 이것부터가 고행입니다.
이거 거의 수직으로 해놔서 다리가 후들후들.... 간때문이야, 간때문이야 하고 외친 차두리가 생각납니다.
아무튼 구름다리에 첫발을 내딛였습니다. 첫발을 내딛는 그 순간 텅!!! 하고 바닥이 튕기듯 내려갔다 올라옵니다. 철판이라 그런가...
얼마나 놀랐는지.. ㅎㅎ
나야 이미 건너왔으니 살았구요. 뒤에 오는 아내한테 큰소리 칩니다. '뭐냐, 이게 뭐 무섭다고.. 걍 와.. 오면 돼.' 다 왔으니 오만가지 큰 소리를 맘껏 내질러 봅니다.
그래도 남편인데 다시 가서 손이라도 잡아주고 이런거요. 전 안합니다. 다시지나가는 건 못하겠네요. 아무튼 다리가 많이 후들후들..................... 이거 다 간때문이야~~~
그렇게 무섭던 구름다리도 좀 떨어져서 보니 또 아무것도 아닌데요. 그래도 중간으로 갈 수록 흔들거림이 심해서..... 아, 지금도 오그라듭니다. 간이..
올라가며 지나친 강천사입니다. 뭐 그저 작고 조용한 절입니다. 그래서 그냥 사진만 몇 장 찍었고, 조용히 몇 걸음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여기가 대웅전...
조용하죠?
강천사 앞에 또 다람쥐가 있네요. 아니 이 산 전체에 다람쥐가 엄~청 많습니다. 곳곳에서 뛰어다니며 놀고 있으니까요. 길을 가다보면 불쑥불쑥 뛰어 지나갑니다.
내려오는 길에 작은 폭포아래서 무지개를 봤습니다. 보이시나요? 이 무지개를 보는 분들과 함께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즐거운 마음 안고 돌아온 강천산이었습니다.
들어가면 낸 3천 원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산이었고요. 오래 기억에 남을 곳이었습니다.
구장군폭포, 구름다리... 이 두 가지 만으로도 그 값어치가 너끈한 강천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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