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볼거리가 많은 경북 청송으로 떠나봅니다.
'슬로시티'라고 해서 풍요로운 마을~ 뭐 그런 뜻인데, 이 슬로시티도 가입 조건이 있군요. 사는 사람이 5만 아래여야 하고 뭐 나머지 이런저런 자격이 되야 합니다.
그 어려운 자격을 넘어 청송이 '슬로시티'가 되었네요. 느린 도시라...
산 좋고 물도 좋은 청송읍 한복판에 '소헌공원'이 있습니다.
공원 이름이 소헌인데요, 왜 소헌이란 이름이 붙었냐 하면 조선 네 번째 임금인 세종의 비, 바로 소헌왕후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붙였습니다.
소헌왕후는 본관이 청송입니다. 그러니 청송에서는 자랑스레 내세울만한 이름인 거죠.
청송읍내에 공원이 있기 때문에 청송을 지난다면 슬쩍 보고 지나게 됩니다.
청송읍을 지나다가 어! 저거 뭐지? 하면 거기가 바로 '소헌공원'입니다.
읍내라 그런지 공원 둘레는 현대 건물이 쫙 보입니다. 좀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서 옛 건물이 더 도드라지기도 합니다.
소헌공원이 어떤 곳인지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많이 바쁘면 그냥 지나가고, 안 그러면 천천히 읽어봅니다. 둘러보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찬경루' 앞에 있는 멋진 연못입니다. 연못이니 연꽃이 필텐데요. 지금은 겨울이라 얼음이 꽁꽁 얼었습니다.
찬경루입니다. 경북유형문화제 제183호이고요, 청송군수였던 '하담'이 세웠습니다.
1428년 세종 때 지은 누각인데요. 불에 타서 1688년에 고쳐지었고, 그 뒤로도 여러번 고쳐지었다고 합니다.
정면 4칸, 측면 4칸짜리 누각으로 '송백강릉'이란 현판이 걸려 있는데요. 안평대군의 글씨라 합니다.
'안평대군'은 조선 세종대왕 셋째 아들이고, 바로 위 형인 '수양대군'에게 밀려 유배를 가서 죽었습니다.
그림과 글에 재주가 많았는데 권력싸움에 밀려 형한테 그렇게 되었답니다.
찬경루 아래쪽은 이렇게 자연석 그대로 두고 위에 누각을 올렸습니다. 보통은 땅을 다져 바닥을 반듯하게 해서 누각을 올립니다.
바닥 생긴 그대로 올려놓으니 기둥마다 길이가 다 다르죠. 그래서 더 자연스레 보기가 좋습니다.
여기는 객사로 쓰던 '운봉관'입니다. '객사'는 동헌보다 격이 높은 곳이고 왕을 상징하는 '전패'를 두고 보름마다 예를 올립니다.
외국 사신이나 중앙 관리가 내려오면 숙소로도 쓰고요.
마루가 시원하게 보이네요. 운봉관은 찬경루와 마찬가지로 청송군수 '하담'이 지은 건물입니다.
뒤로 보이는 현대 건물이 좀 어색합니다. 네.
소헌공원 앞으로 흐르는 냇물은 '용전천'입니다. 이 냇물을 가로지르는 '섶다리'가 있는데요. 위 사진에 저 멀리 얼핏 보이는 다리입니다.
섶다리 옆에 있는 '현비암'입니다.
현비암 바로 뒤 보광산에 청송 심씨의 시조묘가 있고, 소헌왕후 같은 어진 왕비가 태어났다고 하여 '현비암'이라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홍수 때 여기 용전천 물이 넘쳐서 제를 지내러 가지 못하면, 소헌공원에 있는 찬경루에서 제를 지냈다네요.
섶다리 건너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이 청송군 보건소인데요. 이 섶다리를 놓아서 마을 어른들이 좀 더 쉽게 보건소를 오갈 수 있다고 합니다.
마을주민뿐 아니라 이 섶다리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갔을 땐... 추워서 아무도 없었고요. ~
날이 추우니 냇물도 꽁꽁 얼었습니다.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면 더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기사를 보다보니 이 다리는 강물이 얕아지는 10월 쯤에 세웠다가 물이 많아지는 이듬해 6월 쯤 철거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섶다리 구경하려면 그 기간안에 가야 하겠네요. 그나저나 이걸 해마다 되풀이 한다네요. 그것도 벌써 15년째 라고 합니다.
소헌공원을 나와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망미정'으로 갑니다. 공원에서 200m쯤 떨어져 있고요.
망미정과 함께 '우송당'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으니까요.
망미정은 1899년에(고종 26) 청송 군수인 장승원이 용전천옆 절벽에 자연바위를 주춧돌로 삼아 세운 정자입니다.
망미정이란 이름은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는 뜻입니다.
아름다움을 본다는 뜻처럼 여기서 내려다보는 용전천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정자는 소박하지만 둘레 경치는 그야말로 웅장합니다.
보통 정자를 보면 대청마루가 가운데 있는데요. 여기 망미정에는 마루가 오른쪽에 있어요. 아주 남다른 모습입니다.
세월 겪은 게 보이는 기둥과 마루바닥이 조금 아쉽다고 해야 할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고쳐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자 앞은 바로 낭떠러지입니다. 저런 곳에 앉아 있자면 이거 뭐 글공부 같은 건 안 될 거 같습니다. 경치에 뺏겨서 공부가 되겠어요?
아닌게 아니라 여기서 옛 선비들은 풍류를 즐기곤 했다고 합니다.
풍류를 즐겼다면 뭐 뻔한 거죠.
망미정 바로 옆에 있는 '우송당'입니다.
우송당은 파평윤씨 34세손 우송 윤두석 선생이 용전천을 산책하며 자연을 즐기던 곳이고, 손자 윤상영이 그 뜻을 기리려고 1931년에 세운 정자입니다.
정면 3칸, 옆면 2칸짜리고요. 아담하면서 꽉차보이는 멋진 정자입니다. 대청마루를 가운데 두었고 양쪽에 작은 방이 있습니다.
망미정과 아주 가깝게 붙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온다고 하는데요. 몇 군데 수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자 옆면을 보다가 참 아쉬운 장면이 보였습니다. 바닥에 담배 꽁초가 수북했거든요.
외진곳이고 옆쪽이라 잘 안보이니 죽치고 앉아서 담배들 피우고 가나봅니다.
학생들이 자주 모여서 문화제에 대해 얘기하곤 하다가 토론이 길어져 한 대씩 피운거라 봅니다. 소중한 문화제에 불 싸지르지 말기를 바랄뿐입니다.
멀리서 보는 망미정입니다.
우송당입니다. 우송당과 담벼락 사이에는 문화제를 토론하면서 피워댄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청송은 전통 문화제가 은근히 많습니다.
'슬로시티'라는 도시답게 아주 느긋하게 시간을 잡아서 청송을 둘러본다면 참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더러 관광지 이야기 할 때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이라고 하는데요.
청송은 그야말로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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