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나고 1년 6개월도 넘은 시간에 진도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수능을 치르는 날이었고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광화문 광장에 '추모의 책가방'을 놓았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며칠 바쁜 일로 잊고 있다가, 그 기사를 보고서야 팽목항 이야기를 씁니다.
진작 찾아가고 싶었지만 마음에서 머뭇거리는 바람에 몸이 움직이지를 못했습니다.
차마 이 자리에서 그 아픈 바다를 볼 자신이 없었다고 할까요. 그렇습니다.
이 땅에 사는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고요. 슬픈 마음 가득합니다.
시간이 좀 흘러 찾아가보자 하고 있다가 얼마앞서 다녀 왔습니다.
이른 시간에 팽목항에 닿았습니다.
설마 이 시간에 누가 있을까 싶은 생각은 팽목항에 발을 딛자마자 깨졌습니다.
시간하고는 상관없이 아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섬으로 오가는 배들과 팽목항 찾아 온 사람들로, 조용한 팽목항을 생각하며 온 자신을 꾸짖고 말았습니다.
진도의 관문 역활을 하는 팽목항(진도항)입니다. 조도를 오가는 배가 많더군요.
차에서 내려 바다를 보니, 저 멀리 빨간 등대가 보이는데요. 멀리서도 노란 리본이 보여요. 그리고 등대까지 가는 길에 쭉 달려있는 리본들이 보입니다.
바닷가에서 등대까지 가는 동안은 이렇게 '기억의 벽'을 세웠답니다.
우리나라 26개 지역 어린이와 어른들이 타일 4,656장에 쓰고 그려서 이곳 팽목항에 붙여 두었습니다.
자주 오기 쉽지 않은 곳이라 타일에 쓰인 글을 꼼꼼하게 읽으며 지나갑니다.
정말이지 하나하나 다 읽어가기란 보통 힘든 게 아니었네요.
읽을 글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용마다 가슴에 턱 턱 치고 들어왔으니까요. 바람탓이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자꾸 콧날이 시큰해 지는 건.
그랬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도 못 나온 아이들. 저 노란 리본을 잡고 올라오면 좋겠네요. 부디.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참 가슴 아프게 읽은 글이네요.
엄마 엄마 나 죽으면 뒷산에다 묻지마.
아빠 아빠 나 죽거든 앞산에도 묻지마.
뒷산에도 묻지말고 앞산에도 묻지말고
마음속에 묻어줘.
엄마 엄마 소록소록 하얀 눈............
가슴이 아파서 한참을 서서 있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종소리가 슬픈 노래가 되어 자꾸 마음 한쪽을 찌르는 듯합니다. 아, 마음이 아픕니다.
팔찌며 목걸이들이 방파제에 놓여 있습니다.
정말이지 우리나라 지금 올바로 가고 있는 걸까요?
하루가 멀다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돈 빼돌렸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정치는 그냥 밤낮 싸우는 일밖에 안 하는 듯하고.
법 잘 지키고 착하게 살면 '바보'라는 이야기를 이젠 누구나 하죠.
이거 올바로 가는 나라가 맞는 걸까요?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대한....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왜.
수능을 치르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에서 운명을 달리한 단원고 학생들 생각에 가슴이 참 무거웠습니다.
여기 한 곳에 써 놓은 글 처럼,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될 겁니다.
항구를 벗어나 조금 걸어서 가면 분향소가 있습니다.
분향소 안쪽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고요. 촬영 금지가 아니라도 차마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또 가슴이 아파옵니다. 향을 피우고 가슴 깊이 묵념을 하고 나왔습니다.
오늘 뉴스에 세월호 선장에게 살인죄가 적용 되었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그래 그런 게 살인죄가 안된다면 말이 아니죠. 나머지야 어찌되든 나 살자고 다 버리고 가는 선장이라니.
부끄럽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부는 지 안그래도 차가운 마음에 더 서늘한 공기가 들어옵니다.
아직도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아이도 있죠.
그래, 그저 우리가 할수 있는 게 이렇게 와서 추모하고 가슴아파 하는 일 밖에 없다는 게 또 더 가슴 아픕니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하는 애국가 가사가 부끄럽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팽목항에 섰을 때 불어오던 그 서늘한 바람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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