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가옥 거리로 이름이 나있는 포항 구룡포입니다.
구룡포 주민센터 지명유래에 있는 내용에 따르면 구룡포에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령이 늦봄에 각 마을에 순시하다가 지금의 용주리를 지날 때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치면서 바다에서 용 10마리가 승천하다가 그 중 1마리가 떨어져 죽자 바닷물이 붉게 물들면서 폭풍우가 그친 일이 있는데,
9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하여 구룡포라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용두산 아래에 깊은 소(沼가)있었는데,
이 소(沼)안에 살던 아홉 마리의 용이 동해 바다로 빠져나가면서 승천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구룡포는 과메기로 소문이 많이 나 있지만 '구룡포 대게'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구룡포 거리에는 대게를 파는 곳이 꽤 많죠.
버스 여행을 하는 분들은 포항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앞에서 200번 시내버스를 타면 됩니다.
티머니, 마이비 교통카드 다 되고요. 구룡포까지는 30-40분 걸립니다.
난 좀 더 빨리 택시를 타고 가고싶다 하는 분들은 택시를 타도 되요, 미터요금으로 27,000원쯤 나옵니다.
비싸죠? 200번 시내버스가 거의 13분마다 있으니 버스타고 가는게 낫고요. 그 돈 아꼈다가 맛난 거 사먹는데 보태는 게 안낫겠어요?
그 돈을 못 아끼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말았네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15,000원 쯤 나온다고 해서 덥석 택시를 타서 출발한 뒤 얼마쯤 나오겠냐고 물으니 2만7천원 전후..라고 합니다.
어째요, 이미 출발 한 거......
아까 그 인터넷을 다시 보니 2002년 글이더군요. 나름대로 인터넷으로 뭘 찾는 거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갈길이 아직도 멀다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가서 구룡포에 내렸습니다.
일단 쫄쫄 굶어서 등때기에 붙은 배를 불리려고 회 한 접시와 매운탕 한 그릇 시원하게 먹었습니다.
'회는 역시 바닷가에서 먹어야 맛있다' 하고 먹었지만..... 거 뭐 우리마을 골목 어귀에 있는 횟집에서 먹는 거보다 못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이름은 못 밝히지만 우리가 갔던 이 식당도 그랬습니다. 택시비 아깝고, 밥값 아깝고... 아, 여행 출발이 게운하지 않네요.
툴툴 털고 근대문화 역사거리로 갑니다. 그나마 바로 옆에 있어 다행입니다. 역시 생각대로 사람이 많습니다.
구룡포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구룡포는 최적의 어업기지로 떠오릅니다. 이 때 '도가야 야스브로'란 수산업자가 조선총독부를 설득해 구룡포에 정착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일본인들이 구룡포로 몰려들었습니다. 방파제를 쌓고 일본식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섭니다. 그 집들이 지금의 '일본인 가옥거리'입니다.
구룡포는 과메기, 과메기 하던데 우리 눈에는 온통 대게 뿐입니다.
대게를 먹을까 싶어 식당에서 물었더니 한 마리에 10만 원이라고 합니다. .... 조용히 돌아섰습니다.
'구룡포 근대 문화 역사거리' 들머리 입니다. 사람이 많습니다.
'충혼각' 으로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놈'들이 참배하는 신사가 들어서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 순국선열을 기리는 충혼탑으로 바뀌었습니다.
계단 양쪽에는 비석이 있죠. 이 비석에 처음에는 일본인들 이름을 새겼답니다.
해방이 되고나서 구룡포 주민들이 일본인들 이름을 막고 비석도 돌려세우고 해서 구룡포 유공자 이름을 새겼다고 합니다. 아주 잘한 일이죠.
이렇게 계단 양옆 비석에 구룡포 유공자 이름을 새겨 놓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와서 돌아보면 이렇게 구룡포와 함께 바다가 내려다 보입니다.
이 비석은 뭘까요. 비석 가운데 왜 시멘트를 저렇게 발랐을까요?
'이 비는 일본인 '도가와 야스브로'를 기리기 위해 세운 송덕비이다.
'도가와 야스브로'는 일제강점기에 구룡포 방파제 축조와 도로개설 등에 관여한 사람으로, 일본인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일본에서 규화목을 가져와 해방 전인 1944년 경에 송덕비를 세웠다.
송덕비는 패전 후 일본인들인 돌아간 후 구룡포 주민들이 시멘트로 덧칠하여 현재 비문의 내용은 알 수 없다.'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도가야 야스브로' 란 놈이 방파제와 도로개석을 하면서 구룡포 주민을 얼마나 괴롭혔을지 상상이 갑니다.
해방이 되고나서 구룡포 청년들로 구성된 대한청년단 30여 명이 비석에 이렇게 시멘트 칠을 한 겁니다.
일부에서는 이 송덕비를 다시 복원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합니다.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하려고 그런답니다.
이런 %*@#$&*!!!
비석 바로 위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이 있고 앉아 쉴 수 있게 해놨네요. 비석을 발 아래 내려다보면서 쉴 수 있다니..
동해 바다를 지키는 용이네요. 솟구치는 용 두 마리에 바닥에도 여러 마리가 있습니다.
뒤로 돌아서 마을 골목길로 내려 갑니다. 한 사람 겨우 지나 갈 만큼 좁은 길입니다.
좁은 계단이 가파르더군요.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아주 조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짧은 길이지만 우리는 이 길이 더 좋습니다. ㅎㅎ
좁은 골목길을 끼고 사는 곳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부럽습니다. 바다가 늘 보이니까요.
길가에 예쁜 화분이 있고 위에 걸어놓은 시계가 눈에 띄네요. 2시 8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문득문득 합천 드라마세트장이 생각납니다. 어째 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과 그 위에 걸쳐있는 안테나가 눈길을 끕니다. 칠이 벗겨진 벽에서 오랜 세월이 느껴집니다.
구룡포 근대 문화 역사거리를 둘러봤는데요.
뭐 나름대로 재밌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기는 단순 구경꺼리로 둘러 본다면 크게 기대할 건 없습니다.
우리도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해보며 큰 기대를 가지고 갔지만 기대에 반해 좀 실망했으니까요.
다만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에 눌려서 아픔을 느꼈을 구룡포 주민들의 슬픔을 생각하며 둘러본다면 그 나름대로 뜻있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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