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산동면 백현리에 무인 주막이 하나 있습니다.
누구나 들어가서 밥을 해 먹어도 되고, 고기를 구워 먹어도 되고 술을 한 잔 마셔도 됩니다.
이름처럼 '주막'을 지키는 이는 없답니다. 자기가 알아서 먹고, 먹은 값도 알아서 두고 가면 됩니다.
산동면에서 송산리로 가는 고갯길을 넘어서면 백현리가 나오고 송산리 가는 길 옆에 무인 주막이 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가까운 곳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실 때가 많습니다.
길옆에 무인 주막이 이렇게 있어서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라면, 쌀...양념들이 놓여 있으니 뭘하든 먹고싶은 걸 해서 먹으면 됩니다.
마당 한쪽에 이렇게 돈 통이 있습니다. 먹고나서 먹은만큼 알아서 내고 가면 된답니다. 얼핏보면 동정이 많네요. 잔돈까지 계산했나본데, 아니 그나저나 10원짜리가 많이 보입니다. 허어 참...
일을 하고 돌아온 주막 아저씨. 젊은이보다 더한 열정으로 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고기굽는 방법을 손수 일러 줍니다. 비계가 위로가게 해서 구워야 기름이 흘러내리며 자연스럽게 구워진다고 하며 일러 줍니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가 마당에 퍼집니다.
집안에는 오래 된 물품들도 많아요. 이것저것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주막에는 보다시피 대문도 없어요. 누구든 드나들 수 있으니 지나는 길이라면 들러보는 게 좋겠지요.
주막 곳곳에는 이런 글이 많이 걸려 있어요. 오는 사람들이 알아서 깨끗하게 하고 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답니다.
커피는 공짜입니다.
마실 것들이 가득한 냉장고안. 날이 조금 더워서 그랬는지 막걸리 단지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덥고 한낮이라 마시고 싶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입단속(?)을 했습니다. --
더러 여기와서 돈 통에 든 돈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나봅니다.
서로 믿고 마음을 푹 놓고 살면 더없이 좋겠지만 안 그런사람이 있으니 그것도 문제네요.
주인 아저씨는
'값을 안 내고 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통에 든 돈은 좀 가져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고 말씀 하십니다.
글쎄 보통사람이 이렇게 남을 믿고 집을 내어놓을 수 있을까요.
열린 생각으로 이 무인주막을 운영하는 주인 분들이 대단하게 보입니다.
(현재 이 주막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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