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초보, 자전거를 타고 유학산을 가보기로 합니다.
이제 자전거 탄 지 석달 쯤 되었으니 그쯤이야 안 가겠나 싶은 건방진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남구미 대교 지나고 동락공원 거쳐 석적 중리까지는 잘 갔습니다.
중리를 지나 들판이 나오고 저수지를 만나면서부터 자신감으로 넘쳐나던 몸과 마음은 눈 녹듯 녹아버리더군요.
끌어요. 이때부터 계속 자전거 끌고 갑니다. 꼭대기 갈 때까지 끌고만 갔습니다. --
그래도 오르면서 때때로 자세도 잡아봅니다. 저 앞산으로 가면 자전거 길이 있으려나.... 이 좋은 길도 잘 못가면서 먼산을 갈 궁리를 합니다. --
대관절 여길 어떻게 타고 올라가나 싶더군요. 차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러지 싶습니다. 아니 저사람들 왜 끌고가지? (아무튼 힘들어 죽겠습니다.)
이 때만 해도 흙길입니다. 어쩌면 참 다행이다 싶네요. 조금만 더 늦게 자전거를 시작했다면 이 흙길을 밟아보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지금은 아스팔트 쫙 깔려있죠.
다리 수술을 하고 아직 다리가 성치 못할 때입니다. 끌고 가는 것도 죽을 맛이더라고요. 조금만 걸으면 무릎이 뜨끈해오니 미칠 노릇입니다.
올라가다가 배가 고팠습니다. 도시락을 먹어치웠는데 알고보니 그 자리가 꼭대기 바로 아래였습니다.
조금만 더 올라갔으면 꼭대기인데 그걸 못참고 바로 아래에서 먹었네요.
바위밑에 자리잡은 도봉사 입니다. 절 아래 주차장에서 도봉사까지는 700m 밖에 안되는데요.
짧은 길이지만 초보한테는 자전거 타고가면 욕이 쭉쭉 나오는 길입니다. 가파르기가 다리 찢어질 거 같습니다.
이날 다른 동호회 사람들도 자전거를 타고 왔는데.. 이 절까지 사뿐사뿐 올라 옵니다. 자전거를 타고! 놀라자빠지겠어요.
힘들게 올라온 보람은 있네요. 바위 낭떠러지 밑에 위태롭게 보이는 도봉사가 한 폭 그림입니다.
어디에서 봐도 바위, 산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그려냅니다. 예쁘네요.
저 아래쪽에 주차장이 있어도 어김없이 차는 절 마당까지 들어옵니다. 왜 요새는 조금도 걷질 않으려고 하는지...
유학산을 내려와 돌아오는 길입니다. 담장 너머 보이는 꽃잎에 나비 한 마리 내려 앉습니다.
도개쉼터.. 커피 한 잔 마시며 쉬었다 갑니다.
유학산에 자전거와 함께 도봉사까지 처음 간 날입니다.
우리는 오르막 시작부터 끝까지 꾸준히 끌고 갔습니다.
끌고가는 것도 힘들어서 죽을 맛입니다.
해그름 해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초보한테 유학산은 유격훈련이나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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