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무덤이 있는 걸 아시나요?
동물 말이 아니라, 우리가 입으로 하는 말(言)의 무덤(塚) 입니다.
봄바람을 느끼며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를 지나는데 '말무덤'이란 안내판이 보입니다.
말무덤?
구미 둘레에는 '의구총'과 '의우총'이 있습니다.
소를 묻은 무덤과 개를 묻은 무덤이죠. 참고로 아래 주소에 두 무덤 이야기가 있습니다.
의우총 http://blog.daum.net/bandbike/304
의구총 http://blog.daum.net/bandbike/305
의우총이나 의구총처럼 그런 뜻으로 죽은 말을 묻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한자를 보니 아니었습니다.
'말씀 언' 한자를 쓴 걸 보니 우리가 하는 말의 무덤이란 이야기 같았습니다.
말을 묻었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찾아보니 진짜 말을 묻은 무덤이라고 나오네요. 대략 전설같은 이야기를 써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마을에 여러 성씨들이 모여 살고 있는데 문중들 끼리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자꾸 큰 싸움으로 번지며 말썽이 잦자 마을 어른들은 그 원인과 처방을 찾기에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곳을 찾은 나그네가 마을 뒷산의 모양을 보고 “좌청룡은 곧게 뻗어 개의 아래턱 모습이고, 우백호는 구부러져 길게 뻗어 위턱의 형세이어서 개가 짖어대는 모양이라 마을이 시끄럽다”고 하며 예방책을 일러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나그네가 말한대로 개 주둥이의 송곳니쯤 되는 마을 입구 논 가운데에 날카로운 바위 세 개를 세우고, 개의 앞니쯤 되는 마을길 입구에는 바위 두 개로 개가 짖지 못하도록 재갈바위를 세웠다.
또 싸움의 발단이 된 말썽 많은 말(言)들을 사발에 담아 주둥개산에 묻어 말무덤(言塚)을 만들었다.
그 뒤부터는 마을에 싸움이 없어지고 평온해져 지금까지 화목하게 잘 지내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말무덤'이 생겼나 봅니다.
아무튼 이 말무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네요.
대죽리 마을앞 찻길 가에 차를 세워두고 갑니다. 지보면에서 풍천면으로 가는 916번 길을 따라가다보면 여기 대죽리가 있습니다.
시내버스 정류장 옆으로 이렇게 말무덤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200m쯤 걸어가면 되니 금방 갑니다.
올라가는 길 옆으로 이렇게 좋은 문구들이 바위마다 쭉 써 있습니다.
평소 자주 듣던 말들입니다.
이쪽으로는 나무가 얼마나 울창하고 멋스러운지 모릅니다. 그 나무숲과 어울려 숲길을 걸으니 짧지만 마음이 평안해 집니다.
'혀 밑에 죽을 말이 있다' 아, 정말 남에게 말을 할 때 참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이 둘레 나무들이 모두 눈요기감이더군요.
여름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네요. 베~베 꼬였네.. 롯뙈 스쿠......
2013년에 예천군에서 돈을 들여 이 말무덤을 새롭게 정비했다는 뉴스가 있더군요. 아마 그 때 이렇게 멋지게 해놨나봅니다.
둘레 바위에 말에 관한 좋은 글들을 많이 써놨습니다. 하나하나 새겨 둘 만한 글들이네요.
안내문에 따르면 무덤은 400-500여년 전에 설치 했다네요.
원래 무덤은 이보다 더 컸을 듯합니다. 바위 뒤로 패인 걸 보면 더 큰 무덤이었을 겁니다.
바위 옆으로는 푹 파인 자국이 보입니다. 원래보다 좀 깍인 거 같습니다.
무덤도 무덤이지만 소나무 숲이 참 좋네요.
저 뒤로 대죽리 마을이 보이고 무덤 둘레 흙 내음도 좋고요. 좋은 글과 함께 하니 저절로 마음이 평안해 지네요.
저 뒤로 대죽리가 보입니다. 이 말무덤 덕분에 말싸움 하는 일은 없겠죠?
숲이 좋아 이리저리 걷다가 이 도깨비풀이 옷에 다닥다닥 붙어서 떼느라고 혼났네요.
말무덤..
정말 아마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사람이 입으로 하는 말을 묻은 무덤이라니.
우연히 지나다가 알게 됐지만, 무심코 하던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가 불쑥 내뱉는 말에 혹시 다른 이가 상처받지 않을지..
새삼스럽게 가슴에 새겨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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