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석탄을 캐고 있는 태백 철암의 탄광역사촌을 찾아 갑니다.
한 때 길가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석탄 산업이 호황이었는데 이제는 뭔가 쓸쓸함마저 느껴집니다.
태백까지 가서 철암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함께 가보겠습니다.
철암은 위 사진처럼 까치발건물로 이름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건물을 넓히려고 저렇게 다리를 세우고 집을 올렸는데, 저 다리가 까치발처럼 가늘다고 해서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그냥 건물만 보고 있어도 역사가 느껴집니다.
태백에서 철암까지는 시내버스가 자주 있습니다.
태백 시외버스터미널 안쪽에 시내버스 타는 곳이 따로 있고 거기서 잠깐만 기다리면 철암으로 가는 버스가 옵니다.
철암까지는 30분쯤 걸립니다.
우리가 가던 날이 평일이라 그런지 시내버스가 한산합니다.
30분쯤 지나 철암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이 생각보다 크네요.
철암역에서 '탄광역사촌'까지는 50m쯤 걸어가면 됩니다. 가는 길에 이런 글이 벽에 써 있습니다.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광산 사원증만 있으면 장가 가기 좋았나 봅니다. ^^
도로변에 탄먼지가 엄청나 걸어다니기 힘들었다고 하네요. 사실 우리도 이날 놀랐습니다. 여전히 석탄을 캐고 있었고 반나절 있다보니 목이 칼칼하고 따가웠습니다.
석탄 가루가 까맣게 날리는 걸 보니... 오래 머물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암석탄역사촌이 여기서 부터 시작입니다.
예전 쓰던 건물들을 그대로 두고, 건물 안쪽으로 지난 역사를 살펴 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여전히 석탄을 캐고 있습니다.
철암에 내려서 돌아보다가 산을 보니 나무가 좀 검게 보이더군요. 석탄때문에 물이 들어 그런가 했더니 위 사진처럼 이렇게 꺼먼 석탄 가루가 계속 날리고 있습니다.
위에서 물을 뿌리며 작업하고 있지만 가루 날리는 게 보통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날 3시간 쯤 머물렀는데.. 나중에는 목이 따갑고 코가 따끔거리더군요.
정말 많이 날립니다. 보기만 해도 목이 칼칼하네요.
이날 마을 분에게도 물어보니 저것 때문에 창문을 못열어 놓는다고 하네요. 문을 다 닫아놔도 방을 닦으면 탄가루가 닦여 나온다고 합니다.
얼마나 불편할 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또 주인에게 물었는데요. 아예 만성이 되어서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도 탁자를 닦으면 역시 탄가루가 닦인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탄가루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몇 시간 지나니 정말 목이 따끔거리고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어딜가나 이 문제로 자주 다투곤 합니다. 부수고 더 멋진 건물로 새로 태어나는 게 좋을지, 오래도록 보존해서 물려줘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까치발 건물에서 출근하는 남편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모형으로 해놨는데요. 조금은 짠한 모습입니다. 어렸을 적에 탄광이 무너져 작업 인부들이 갱도에 갖혔다는 뉴스를 보던게 기억이 나서 말입니다.
신발을 벗어 흙을 털어내는 모습이네요. 고단한 삶에서 저렇게 잠깐 앉는 것만도 큰 행복이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을 해보게 됩니다.
까치발 건물들이 보기에는 위태로워 보입니다. 갈라진 틈새를 메운 흔적도 수두룩 하죠.
저 뒤로는 여전히 석탄을 캐고 있습니다. 석탄과 '철암' 이란 이름이 아주 잘 맞는 게 아닌가 합니다.
철암역사촌의 전체 모습은 이렇고요, 들어가서 마음껏 둘러 볼 수 있습니다.
지나다보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몇 군데는 전시관처럼 해놔서 들어가보면 지난날 풍경을 그대로 해둔 곳도 있고, 사진이나 그림 전시도 하고 그렇습니다.
마치 드라마 촬영 세트장 같네요. 문이 닫혀있는 곳을 들어갈 수는 없고요. 문 열려있는 곳은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둘러보면 됩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게 붙어 있으면 들어가서 구경하면 됩니다.
여기는 예전 문서들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고향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나, 월급명세표. 뭐 그런 것들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편지를 읽어보니 거의 돈 얘기가 많네요. 안부를 묻고는 이내 돈이 필요하니 좀 보내라..하는 그런 거 말이죠.
예전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놓은 전시관 입니다. 사진 한 장에 철암 역사가 들어있더군요.
이건 설명을 읽었는데 기억이 안납니다. 괜히 찾아서 아는척 하는 거 보다 모르는건 모른다고 할랍니다.
'까치발의 방'이라고 합니다. 까치발건물로 이름난 철암이다보니 이렇게 모형을 본떠서 볼 수 있게 했고요. 참고로 19금입니다. 누드 명화들이 건물마다 숨어 있습니다.
남자들은 거 괜히 발길이 좀 느려지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는 서예작품들이 있습니다. 한자에 약하다보니 서둘러 나오게 되더군요. 중학교 때 한문 선생님께 그렇게 맞고 배웠는데, 그 때 외운게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기숙사처럼 쓰던 곳입니다.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공동 화장실 쓰고.. 옆방 기침소리도 다 들릴 거 같아 지내는데 불편이 많았을 거 같습니다.
아휴.. 어떻게 여기서 지냈을까 싶네요.
마을 분들 말에 따르면 옛날에는 뚜껑만 덮이면 그냥 방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좁은 곳에 사람이 많았고 석탄이 호황이던 시절엔 방을 쪼개고 쪼개고 해서 살았나 봅니다.
한창 때는 한 집 건너 고깃집이었다고 합니다. 목에 걸려있는 석탄가루 씻어내는데는 삼겹살이 좋다고 해서 자주 먹다보니 고깃집이 그렇게나 많았나 봅니다.
벽에 낙서를 하고 있는 꼬마인데요, 표정만 봐도 아주 개구장이군요. ㅎㅎ
연탄 아궁이가 보입니다. 한 때 이 연탄가스 때문에 사고도 많았습니다. 밤새 연탄가스 중독으로 병원에 갔다는 뉴스가 자주 나왔습니다.
얼마앞서만 해도 골목에 보이던 게임기 입니다. 겔러그와 뽀글뽀글이 있더군요. 오랜만에 추억을 새기며 겔러그를 했는데, 점수가 영 형편 없습니다. ㅎㅎ
태백의 시작이라고 해서 바람 소리 휭휭나고 뭔가 좀 음산했는데.. 안쪽을 보니 이렇게 눈덮인 모습으로 해놨네요. 태초에 그랬다 하는 얘기겠죠.
실컷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 단체에선가 구경을 왔네요. 주말에는 사람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다 둘러보고 마을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곤드레나물밥을 먹었네요. 깔끔하게 맛있습니다. 참말로요.
잠깐이지만 옛날로 돌아간 듯 풍경을 볼 수 있어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느낌을 이야기 하자면 이곳도 보존이냐 발전이냐를 두고 다툼이 있었을 거 같습니다.
보존을 했기에 구경가는 사람이 있겠지요.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철암 나들이를 마쳤습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여전히 석탄가루는 머리 위로 날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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