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운제산에 있는 오어사 입니다.
가을과 겨울 틈새에서 모처럼 날씨가 좋은날 이었습니다.
엊그제까지 눈도 내리고 찬바람이 엄청 불며 추웠는데, 이번 주말엔 따뜻한 날이라 나들이 하기 딱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 이날 오어사에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좁은 주차장에 차들이 뒤엉키고 사람이 북적거려서 오어사 첫 느낌은 안 좋았는데 산길을 걸으면서 기분이 확 풀렸습니다.
오어사는 포항시 오천읍 운제산에 있는 절입니다.
신라 진평왕때 지은 절이라고 하네요. 진평왕은 579년 부터 왕이 되었으니 얼추 짐작해도 꽤나 역사가 깊은 절입니다.
[신라 고승 원효(元曉)와 혜공(惠空)이 함께 이곳 계곡에서 고기를 잡아먹고 방변(放便)하였는데,
고기 두마리가 나와서 한마리는 물을 거슬러올라가고 한마리는 아래로 내려갔는데, 올라가는 고기를 보고 서로 자기 고기라고 하였다는 설화에 의하여 '오어사'라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지식백과에서 가져 온 글입니다. 참고 하시고요.
역사 공부는 방에서 컴퓨터로 끝내고 우린 가서 눈으로 즐기면 됩니다.
역시나 대중교통으로 다녀 왔습니다.
구미에서 버스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서 포항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죽도시장에 가서 간단하게 회 한 접시와 매운탕에 밥 한 그릇 먹고 택시 타고 오어사까지 갔네요.
시내버스로 가도 되는데, 저녁에 또 일을 나가야 해서 6시까지는 구미로 가야 합니다. 그래서 돈은 들지만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비는 무려 2만원 입니다. 오며가며 왕복 택시비 4만원이 들었네요. 나올 때는 포항 연합 택시를 불렀습니다. 오어사에도 5분 안에 오더라고요.
오어사에 내려서 방광을 시원하게 비우고 구경 시작합니다. ^^
절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이 돈통(?)이 반깁니다. 원래 돈통으로 쓰려던 건 아니지 싶은데 동전을 던져 놨네요. 이거 그냥가도 되는데 구태여 저 동전을 세어봅니다.
허어.. 2천 원도 안되더라고요. 주머니에서도 보기 힘든 10원 짜리는 뭘 저리 많이 던져놨는지... 괜히 뭐 하나 소원 비는 척 하며 내버리고 간 건 아니지요? ^^
동전만 보다보니 몰랐는데 이렇게 모자를 씌워놨네요. 맨머리 춥지는 않겠어요. 그렇지만 발 아래는 물이잖아요. 추운건 매한가지 입니다.
대웅전입니다. 늘 절은 대웅전이 가장 좋은 자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웅전에서 뒤돌아 보며 절을 느끼라는 말이 있지요.
그리고 보니 저 빨간 옷 입은 꼬마가 그걸 느끼고 있네요. 뭘 좀 아는 꼬마입니다. ^^
대웅전 뒤쪽으로 가면 요런 건물도 있습니다. 기둥마다 한자가 잘 써져 있으니 하나하나 읽어보세요. --
대웅전 옆입니다. 부처님은 찍지 말라는 곳이 많아서 우리도 법당 안쪽은 사진 안 찍습니다. 사실 속으로야 찍고 싶어 죽죠. 참습니다. 수행하는 마음으로...
대웅전 뒤쪽입니다. 사람이 하도 많아서 모자이크 하기 싫어서 없을 때를 기다렸습니다. 한참만에 찍었습니다. 다행스럽게 저 아저씨는 뒤로 서 있네요.
대웅전 모퉁이에서 절 마당을 봅니다. 그러고보니 저기로 들어오는 거군요. 우린 옆쪽으로 들어왔고 그래서 그 돈통(?)이 오어사 첫 만남이었군요.
정면에서 보는 대웅전입니다. 아담하고 예쁘지 않나요. 절도 작고 대웅전도 절과 잘 어울리네요.
절에서는 '관세음보살' 하고 노래가 흘러나오는데요, 아따 그 가락이 어찌나 구슬픈지 자꾸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어쩌면 그렇게 구성지고 서글프게 들리던지 모르겠습니다.
절 앞에는 쉴 수있는 자리도 있네요. 날이 풀려서 따뜻하긴 했지만 앉아서 쉴만큼의 날은 아니었어요. 가만 있으면 또 차가워지거든요. 그래서 아무도 여기 앉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이 풍경속에 어울리는 작은 절이.. 더 커지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언젠가 여기 또 무겁고 커다란 법당이 들어 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니 그렇습니다.
지금 참 멋스럽고 운치가 있는데 이대로 풍경에 잘 녹아들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대웅전 말고는 새로 지은 건물이라고 하던데, 자꾸 커지다가 언젠가 산 풍경을 다 가로막는 법당이 들어서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빛이 바래면 바랜채로, 세월이 묻어 있는 이 모습들 또한 그대로 그림이 아닌가 싶네요. 언젠가 칠을 새로 하고 다듬어 가겠지만 자칫 숭례문 같은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죠.
이건 뭔지를 모르겠네요. 설마 십자가 형틀은 아닐테고 말이죠. -- 건물에 쓰인 공포 같네요. 아무튼 잘 모르겠습니다.
사천왕 대신에 그림이 그려져 있네요. 눈이..................
오어사 라는 현판이 또렷이 보이는 절 입구 입니다. 양쪽에서 소나무가 마치 인사하듯 서 있네요.
여기는 공포가 남다른 거 같습니다. 조각이 좀 더 복잡한 모양이네요.
그 안쪽에도 이렇게 섬세하게 부처가 있습니다. 어디 자투리 하나 남겨놓지 않는 촘촘함이 대단하네요. ^^
산 속 절을 더 절답게(?) 만드는 풍경 입니다. 늘 이 소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야말로 오어사 전설에 딱 맞는 풍경이 아닌가 싶네요. 물고기...
차를 세우라고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굳이 차를 저기까지 안가져가도 되지않을까 싶네요. 주차장에 자리가 없는 것도 아니던데 말이죠. 설마 스님들 차는 아닐테고...
저 위에 자장암이 보입니다. 못내 아쉬운 건 저길 못가봤네요. 시간이 바빠서.. 아 나참..
원효암은 가봐야겠죠. 600m 라고 써 있으니 그리 멀지 않습니다... 하고 갔는데 멀어요. 갑자기 풀린 날씨에 적응 못한 옷차림에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릅니다.
이 다리를 건너 왔습니다.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 자장암이 저 위에 있네요. 아 아쉬움을 자장면..아니 짜장면이라도 먹어서 달래야 할까 봅니다.
높이와 상관없이 땅에서 멀어지면 어김없이 밀려드는 고소공포증,,, 여기서도 잠깐 저는 다리를 후덜거렸습니다. 철망으로 해놔서.. 아래를 안보이는 걸로 하던가 하지... 으...
오어사와 자장암이 잘 보이네요.
짧아도 가파른 계단도 있어요. 원효암 가는데 거 땀 좀 흘렸습니다. 포항은 바다를 낀 도시라 바람이 찰 걸로 예상했는데 완전 틀렸습니다. 봄이 왔나 싶었거든요.
길은 험하지 않습니다. 옷차림만 조절 잘 하면 거뜬히 오를 수 있는 길입니다.
조금 가니 갈림길이 나오는데요. 오어지로 내려가는 길은 막아놨네요. 겨울엔 추락 위험이 있다고 못가게 했더라고요. 저야 좋습니다. 어차피 후덜거릴 다리니까 그 핑계로 안가도 되니 말이죠.
몹시 추울걸로 예상하고 왔는데 땀만 삐질삐질 나네요. 투덜거리기 시작합니다. '왜 원효대사는 저 아래서 안하고 이렇게 깊이 올라와서 수행을 한댜?'.........
계속 올라갑니다. 거듭 말하지만 길은 참 좋습니다. 12월인데 바람 한 점 없네요.
굳이 없어도 될 거 같은데 이런 다리도 하나 있고요. 물이 많이 흐를 땐 필요할까요?
마지막 구비를 앞두고 내려 갈 뻔 했네요. 얼마나 더 가야하지? 하며 투덜거리며 돌아가니 저 위에 암자가 보이더라고요. 내려 갔으면 어쩔 뻔 했어요. ^^
우린 늘 마지막 10% 남겨놓고 돌아갈 때가 많습니다. 참고 한 발 더 올라온게 다행입니다.
해우소가 아래쪽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어요. 암자는 그야말로 작은 그림 한 폭 같더라고요.
앞쪽 언덕에 올라서서 봅니다. 산에 조용히 들어앉은 암자를 보니 그래, 수행은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예까지 올라오는 게 이해 갑니다. 이제서야........ ^^
올라오는 사람이 생각보다도 많습니다.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사람들이 오갑니다.
산에 잘 어우러지지 않나요? 예쁘네요,
방금 올라 온 길입니다. 막상 어디든 다 올라오면 서글프죠. 곧 내려가야 하니까.. --
암자 뒤쪽으로 올라가서 살펴 봅니다. 이쪽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산을 타는 거 같아서 포기...
암자 앞쪽에 산물이 쫄쫄 내려오는데요. 한 모금 마시니 속까지 시원합니다.
내려가다 보니 저 아래 한 분이 짐을 지고 올라옵니다.
기름통을 짊어지고 가네요. 암자에서 쓰는 기름인가 봅니다.
저렇게 아무 말없이 가는데, 우린 카메라만 달랑 들고 가면서 오만상 투덜거리고 갔네요. 흐.. 꼭 이렇게 깊은 곳까지 와야하냐고 투덜거린 원효대사님께 사과 드립니다. 진짜로요.
내려가며 다시보니 더 낭떠러지네요. 아마 옆에 밧줄이 없었다면 못올라왔을 지도 모릅니다. 이놈의 고소공포증은 어떤 높이의 낭떠러지도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
원효암까지 갔다오는 사이에 아래쪽을 보니 차가 더 늘었네요. 아무튼 사람이 정말 많이 옵니다. 사진마다 용케 사람이 없을 때를 찍어서 그렇지 진짜 많더라고요.
이제 출렁다리를 건너봅니다. 오어지 둘레길이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아무데도 갈 수가 없습니다.
꽤나 출렁거리더라고요. 자칫 손에 든 카메라 저수지에 빠지겠어요. 꼭 거머쥐고 건넜습니다.
이 출렁다리가 있어서 오어사를 더 멋스럽게 하는 거 같습니다.
둘레길에는 이런 푯말들이 많습니다. 하나하나 좋은 글 많이 써 놨는데 여기까지에서 우린 채비를 접어야 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오가는 오어사 둘레는 가을이 막바지 였습니다.
겨울 채비를 끝내고 절도 수행을 준비하고 있는 듯 보였으니까요.
자동차로 북적거리는 주차장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과일 한 조각으로 배고픔을 달랩니다.
택시를 불러 타고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자장암을 못갔으니 또 언젠가는 한 번 더 가야 할 곳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쉬움을 달래며 오어사 이야기를 끝냅니다.
사철 어느 때나 한 폭 동양화 같은 오어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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