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인데도 아직 찬바람이 쌩쌩 불던 지난 봄날.
자전거 타고 의성 사곡까지 산수유축제 구경을 갔습니다.
아침 일찍 나서서 부지런히 갔는데도 도착하니 점심 때가 되더군요. 배가 고팠고 늘 그렇듯 축제하는 곳엔 식당이 있죠.
국밥 파는 곳은 줄이 너무 길어서 바로 옆에 칼국수 파는 곳으로 갔습니다.
이것저것 파는데 밥삼아 먹을만한 건 칼국수 뿐이더라고요.
"칼국수 두 그릇하고 파전 하나 주세요"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잡기도 힘들었습니다. 다른 손님이 앉은 평상 한쪽에 겨우 끼어서 앉았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바쁜가 보다... 하고 기다린지 이십 여분... "여기 안줘요?" 몇 번을 외친 끝에 파전이 먼저 나왔습니다.
먹다보면 국수가 나오겠지....
파전을 천천히 먹고 있자니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옵니다.
3천원짜리 국수는 나올 생각이 없네요.
뒤에 온 다른 사람들이 국수를 먹는 모습을 보니 이거 화가 나더군요.
그깟 국수 한 그릇 먹겠다고 30분쯤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시 가서 국수 안 줄거냐고 묻습니다.
5분이 더 흘러서야 드디어 국수가 나왔습니다.
두둥~~~ 이게 국수냐?
사실 이건 칼국수도 아닙니다. 그냥 국수지.
살다살다 이런 국수 처음 먹어봅니다.
이거 뭐 물에다 국수 넣고 김가루 툭 던져넣은 거 아니겠어요. 이걸 먹자고 30분을 기다린건가 싶었습니다.
한 입 떠 넣으니 더 기가막히네요. 국수가 안 익었어요. 뭐야 이거?
때마침 지나던 어느 아주머니가 와서 묻더라고요.
"국수 어때요? 먹을만 해요?"
"왜그러세요?"
"괜찮으면.. 한 그릇 사먹을까 싶어서..."
고개를 조용히 가로 저었습니다. 한 젓가락 떠서 보란듯이 들어보이자 아주머니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쓴웃음을 짓고는 돌아섭니다.
그리고 국수와 함께 나온 김치!
음..... 이건 뭐 '빙초산' 맛입니다. 신김치도 좋아하는데 이건 신맛이 아니라.. 아 놔.......
서너 해는 묵혔음직한 신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입에 한 점 넣으면 침샘에서 침이 마구 나옵니다. 어찌나 신맛인지........
한 해 한번 뿐인 축제라고 해서 이렇게 성의없이 먹을거리를 내놔도 되는 건지 묻고 싶네요.
생국수에다가 김가루 던져넣고 그걸 먹으라고 내놓다니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그 뒤로도 축제하는 곳을 몇 번 더 가봤지만 이런 곳은 없었습니다.
그런 밥집을 어찌 장사를 하게끔 허락했는지 알 도리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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