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뭐하러 가?'
산은 '올라가는 게 아니라 바라 보라고 있는 거'라는 말을 내뱉던 우리가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더도 덜도 아닌 등산 초보가 경북 고령군에 있는 미숭산으로 올라 갑니다.
밑바닥부터 정상 찍고 돌아오는데 14km.
천지분간도 못하는 초보 둘이서 배낭 하나씩 메고 미숭산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뒷일에 대한 감당은 계산도 못한 채 그렇게 들어갑니다.
물론 미리 '미숭산'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 봤습니다.
다른이의 블로그를 보니 미숭산은 그저 동네 산책길 정도라는 글이 많았습니다.
믿었죠.
아, 산책하는 정도가 되겠구나..하고요.
고령군 왕릉전시장에서 출발합니다. 아침 9시인데 햇살이 따갑네요.
고분군에 대한 안내문을 읽어주고 지나갑니다. 들머리는 나무 계단으로 시작하는군요. 그렇게 우리는 산책(?)을 합니다.
아니 뭐, 계단 한 번 올랐을 뿐인데 땀이 납니다. 그래 이게 등산이지... 위로를 합니다.
고분군을 지날 때는 그늘이 없습니다. 뜨겁기만 하고...
벌써부터 이렇게 더우니 산초보들은 고민을 합니다. 계속 올라가야 되나? 고분 봤으니 그만 내려갈까?
고분 관람길을 새로 다듬고 있습니다. 덕분에 길 흙에 신발이 금방 흙구덩이가 됐습니다.
공사한다고 길을 갈아놔서(?) 흙 먼지가 신발에 촥촥 달라 붙습니다. 달라 붙은 양만큼 투덜거리며 갑니다.
1km 올라왔네요. 다행입니다. 이제부터는 산길로 접어들고 그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늘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르막도 함께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에는 당연히 오르막이 있는데도 우리는 또 투덜거립니다. 이런 생초보가 산을 오르다니...
미숭산을 가기 전에 찾아보니 산길이 아주 좋다고 했습니다. 그랬습니다. 길은 정말 좋았습니다. 험하지 않고 걷기 좋은 산책로 같아서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저 멀리 뒤쪽에 있는 봉우리가 미숭산 정상입니다. 앞 봉우리에 보이는 정자는 청금정이고요.
정상이 꽤나 먼 거리임을 올라와서야 느끼고는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그래봐야 5분쯤 가면 또 제 속도로 돌아오고 말죠.
자, 아직 5km쯤 남았습니다.
산 중간에 이렇게 물을 마실 수 있게 해놨네요. 여기까지는 길이 좋습니다. 처음 고분길 말고는 거친 오르막도 없고요.
길이 부드럽습니다. 덥지만 여기까지 신바람 내서 올라왔습니다.
다른 분들 산행 블로그를 보다보면 인공 계단을 참 싫어하더군요. 왜그럴까 궁금했는데 산을 오르다보니 알겠습니다. 정말 싫네요. 무릎에도 안좋고요.
산행 중간쯤에 있는 쉼터입니다. 여기까지는 임도가 있어 차로 올라올 수도 있네요. 물을 받으러 올라오는 분들이 있더군요.
쉼터에서 더위 좀 달래고 나서 미숭산 방향으로 다시 올라갑니다.
그늘이지만 바람이 없으니 사람 잡네요. 오늘 두 초보 죽어보라는 듯 햇살은 아주 대놓고 따갑습니다.
또 나무 계단.....
청금정을 앞두고 그늘도 없어집니다. 돌이 자잘하게 깔린 길이라 더 뜨겁네요.
드디어 첫 목표로 잡았던 청금정이 보입니다.
청금정에 올라서서 내려다 봅니다. 그냥 우리나라는 산이 천지네요.
이 길에는 나름대로 이렇게 역사를 집어넣어서 뜻있는 길로 해놨는데... 우리는 덥고 힘들어서 관심도 없었네요. 땅만 보고 올라왔으니까요.
불귀의 길이고 뭐고 간에 또 걸어갑니다. 힘들어 하는 아내는 투덜거림이 더 많아졌습니다. 평지나 다를바 없다고 꼬득여 끌고 온 바라...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길은 진짜 좋았습니다. 부드러운 갈비가 깔려있어 걷기는 좋네요. 아내가 투덜거릴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미리 길이 정말 좋다고 세뇌시키듯 말을 했습니다. ^^
이런데 오면 어지간하면 사찰을 놓치지 않고 보고 가는데, 이번엔 반룡사 길은 신경도 안 씁니다. 아직 1.7km 더 가야 하니까요.
산악자전거를 손 놓은 뒤로는 곱게(?)만 살아와서.. 이날 산길을 4km 넘게 걸어가자니 죽을 맛입니다. 또렷하게 깨달았습니다. 우린 초 저질체력이었다는 걸....
더러 전망이 좋은 곳이 나오면 가슴이 시원해 지네요. 아, 좋습니다.
줌 한 번 댕겨볼까요? 옹기종기 마을이 보기 좋군요. 위에서 내려다보는 재미는 이렇게 올라보지 않으면 느낄 수가 없죠.
2봉까지 왔습니다. 이제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5Km. 뭐 다 왔네요.
정상을 앞둔 0.5km. 아주 가파르게 올라왔습니다. 이제까지 잘 올라왔네? 한 번 죽어봐라 하고 미숭산이 말하듯 마지막 오르막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거친 오르막 만큼이나 거친 낱말들로 투덜거린 아내를 다독이며 드디어 정상에 올라왔습니다. 다독였다고 했지만 저도 마찬가지로 힘들어서 온갖 욕을 쏟아냈답니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서서 정상석을 보니 힘들었던게 거짓말처럼 싹 녹아내립니다.
산불감시 초소인데요.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간이 화장실 같다고.... 그래 좀 더 뭐 다른 디자인이나 빛깔은 없을까요? ^^
정상에서 보면 한쪽은 고령군이고 다른 쪽은 합천군입니다. 지금 이쪽은 합천 쪽이랍니다.
저 멀리 가야산이 보이네요. 언젠가 한 번 저기도 올라가야 하는데, 그때는 또 어떤 달콤함 말로 아내를 데리고 가야할 지 생각중입니다. ^^
정상을 찍고 좀 쉬었다가 다시 내려옵니다.
올라오며 다 찍었으니 사진기도 집어 넣었습니다.
얼마나 뜨겁고 덥던지 물이 바닥나고 말았는데요. 그래서 내려오는 내내 죽을 맛이었습니다.
다리도 후덜거리는데 물까지 없으니....
산길 중간에 있는 쉼터까지 다시 3km 가야 물이 있거든요. 마시고 난 빈 물통들을 다시 따서 남은 한방울까지 탈탈 털어서 마시며 내려갔습니다.
쉼터에 약수를 보는 순간 우리는 2002년 월드컵 4강 때보다 더 신이 나서 좋아했습니다.
초 저질체력인 우리는 둘 다 다리가 풀려서 남은 하산길에 곡소리를 내면서 내려왔습니다.
한가지 계기가 됐다면,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느꼈다는 겁니다.
이 느낌을............ 아내도 느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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