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실이 아닌 달실?
아래 글은 마을 박물관 안쪽 설명문에 있는 글입니다.
나지막한 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지형을 '금계포란형'이라고 하는데 금닭이 알을 품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마을 이름 또한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500년동안 '달실'이라고 했는데 경상도 북부 방언으로 닭을 달이라고 합니다.
500년동안 달실이라고 하던 걸 근래들어 표준어 적용을 받아서 닭실로 갑자기 바뀌게 됩니다.
그러나, 국어표준어법에도 고유명사는 표준어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표준어법의 적용때문에 수 백년동안 달실이라고 하던 이름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달실로 부르고 달실로 써 주십시오.
우리도 지금껏 닭실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날 마을을 둘러보니 곳곳마다 서로 달랐습니다. 어느 곳은 '달실'이라고 써놨고, 어느 곳은 '닭실'이라고 했습니다.
달실이 맞다면 먼저 간판에 써있는 '닭실'부터 다 바로잡아 놓아야 하겠네요.
청암정
구미에서 버스로 가기에 봉화는 무척 멀다고 생각했는데 두 시간 남짓이면 봉화에 갑니다.
구미에서 영주까지 1시간 30분쯤 걸리고 영주에서 봉화는 시내버스도 자주 있고 가까운 거리입니다.
이 가까운 거리를 지금껏 멀게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봉화에 9시쯤 도착해서 아침을 먹습니다. 시장에서 밥집을 겨우겨우 찾았는데, 이곳은 일요일이면 거의 다 쉰다고 합니다.
아니, 일요일에 놀러오는 사람은 어떡하라고... 이날 시장을 헤메다보니 우리처럼 먹을 것(?)을 찾아 어슬렁 거리는 사람이 더러 있었습니다.
9시가 지났을 뿐인데 날씨가 팍팍 더워집니다. 얼음이란 간판에 눈이 꽂히네요. 덥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니.....
머리가 뜨거워서 모자를 하나 삽니다. 이날, 이 모자 덕분에 살았습니다. 왜 진작 이런 모자하나 쓸 생각을 안했을까요. 모자하나에 얼굴에 흐르는 땀이 확 줄었습니다.
시장을 나오면 바로 시외버스 터미널,
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타고 달실마을로 갑니다. 택시비는 얼마 안나옵니다. 우리는 이날 6천원 나왔습니다.
달실마을 앞길에 따라 흐르는 개울물..
골목을 걷다보니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 보입니다. 알림판 위에 올라 앉았는데 대관절 여긴 어떻게 올라 간 건지...
골목 가로등불 위에 올라앉은 닭....
마을 앞길을 쭉 따라도는 돌담이 운치있습니다.
벼는 벌써 이만큼 익어갑니다. 아, 벌써 추석이 오래 남지 않았네요.
골목 골목 흙돌담에 기와까지 얹었지만, 사실 느낌은 그리 없습니다. 택시 기사님 말씀으론 얼마앞서 나라에서 돈을 들여 새로 싹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청암정과 고택 말고는 새 건물같아서...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그냥 모습만 옛 모습일 뿐 그때 것이 아니구나.." 하여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 쉼터 나무그늘 아래 마을 어른들이 쉬고 있습니다. 이 쉼터 정자에도 '닭실쉼터'라고 했는데, 설명대로라면 이 명패도 '달실쉼터'로 바꾸는게 맞는 게 아닐까요.
이날 박물관은 문이 닫혔는데....
원래 월요일 휴관이고 이날은 8월11일 일요일.. 아니 왜 하필 오늘 '휴관'을 하는 건지. 방학기간이라고 휴관일 다 문연다고 하면서 왜 하필 오늘 일요일 문을 닫는 건지..
주말이면 더 문을 열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보통 토요일 일요일 요즘 많이들 다니는데 어째 하필 오늘(일요일) 문을 닫는 건지.
이날 문앞에서 잠깐 서 있자 헛걸음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있었습니다.
봉화는 일요일이면 시장도 거의 문닫는다고 하니 일요일 구경오는 사람들은 알아두고 와야 하겠습니다.
달실마을에서 볼거리는 이 청암정입니다.
청암정은 그나마 올라서서 구경할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날씨탓인지 물이 좀 탁해서 그렇지만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무척이나 시원합니다.
물만 좀 맑았더라면 더할나위 없는 곳입니다.
청암정을 뒤로하고 마을을 돌아나왔습니다.
하필 박물관도 문을 닫았고, 청암정 옆 고택은 '출입금지'라고 하고....
그냥 흙돌담 살살 둘러보는게 마을 구경의 전부입니다.
청암정의 운치를 느끼고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를 맛보기에는 좋은데, 뭔가 큰 기대를 갖고 구경하러 왔다면 틀림없이 조금 실망할 거 같습니다.
청암정을 품은 달실을 뒤로하고 우리는 '석천정사'가 있는 석천계곡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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