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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나들이

의성 고운사 가는 길 [의성 가볼만한곳]

by 금오노을 2011.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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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에 있는 고운사로 가보자.."

어딘가에 갈 때 너무나 쉽게 결정 해 버립니다. 자전거로 가는데.....

지도에서 보니 구미에서 의성까지는 80km. 그렇다면 우리는 자전거라 좀 둘러가니까 잘하면 100km 나오겠구나 하는 계산이 듭니다.

갔다오면 200km. 만만해 보입니다.

 

"가자.."

아직도 자전거 초보를 못 벗어난 우리는 무턱대고 나서고 봅니다. 참 겁도 없어요.

그렇게 또 고통을 즐기는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구미에서 오로저수지 지나 군위를 거쳐 아무생각없이 앞만 보고 달립니다. 

 

 

의성읍을 지나 점곡면으로 가고 있습니다. 자전거로 찻길을 달릴 때면 늘 그렇듯 햇살이 죽여주네요. 뜨끈뜨끈하니 찜질이 따로 없지요. 바람까지 없다면 더 뜨겁구요.

 

 

차도 거의 없고 자전거 타기 좋은 길이더군요. 처음 가는 낯선 길은 늘 그렇듯 신바람 납니다.

 

 

아무것도 아닌 고개인데, 더운 날 자전거로 가니 참으로 힘듭니다.  더구나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은 진짜 미치겠네요. ^^

점곡으로 가다가 맞닥뜨린 첫 고개인데요, 겨우 이 고개를 올라오면서 물통은 있는대로 다 비웠습니다. 저 두툼한 가방에 먹을 게 가득 들었는데 정작 물이 없어요. 맙소사!

 

 

고개를 내려서서 신나게 달립니다. 자전거 탈 때 가장 즐거운 시간은 가만 있어도 막 내려갈 때 입니다. ㅎㅎ

풍경이 좋아서 사진이라도 찍을까 싶어도 멈추기 싫으니 그냥 달리는 시간이죠.

 

 

점곡면 사촌마을입니다.

아무 계획없이 고운사만 생각하고 나섰는데 뜻밖에 좋은 구경을 하게 된 곳이죠.

마을 전체가 옛집입니다. 천천히 둘러보니 볼거리가 많더라고요.

 

 

골목도 다 돌담이고요. 잠깐이나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거 같았습니다.


 

다 빈집이겠거니 싶었는데 아니네요, 집집이 사람이 살아요. 그래서 마당에 막 들어설 수가 없더라고요. 

 

 

조용조용 마당에 들어가서 사진만 찍고 돌아서 나옵니다. 사람을 마주치면 물어보기라도 하겠는데 방에서 소리만 들릴 뿐 보이지는 않습니다. ^^

 


마을 가운데 쯤에 있는 만취당입니다. 사촌마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네요. 조신시대 대청 건물로 만취당 김사원이 학문을 닦고 후진 양성하려고 세웠다네요.

(난 만취당이래서 술 취해서 쉬었다 가는 곳인줄로..... --;) 날이 뜨거웠는데 마루 그늘이 참 시원했습니다. 잠이 절로 오겠더라고요.

 

 

마을 옆에는 사촌리 가로숲이 있습니다. 길~게 늘어선 나무들이 아주 멋진 그림이더군요.

사촌마을에 온다면 반드시 구경하세요. 그늘에 들어서니 어찌나 시원한지 어디든 누우면 잠들 거 같았습니다.

 

 

가로숲에서 나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떠나려는데 시내버스가 옵니다.  이때는 자전거고 뭐고 버스에 타고 싶더군요. ㅎㅎ

나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왜 자전거를 악착같이 끌고 나오는 지 모르겠네요.

 

 

단촌면 후평리에서 구계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입니다.

100km 가까이 달렸더니 이젠 각도가 어떻게 되든 오르막만 보면 눈알이 커지고 몸서리를 한 번 치게 됩니다.

왜 그 옛날에는 산을 깎을 생각을 안했을까? 하는 투정도 해봅니다. 초보한테는 참 힘듭니다. ^^

다니면서 산을 깍고 길 닦고 하는 걸 무척 싫어하는데, 내가 맞닥뜨리니 왜 산을 안깍냐고 투덜거리는 몹쓸 인간입니다. ㅎㅎㅎ

 

 

 

이제 고운사가 멀지 않습니다. 

 

 

다 왔나? 싶어도 자전거는 한참을 더 달려야 합니다. 아,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이 대단하네요.

 

 

드디어 고운사에 왔습니다.

보통 절에 가보면 들어가는 길목이 예쁘고 그 길을 좀 걷다보면 일주문이 있는데, 고운사는 바로 일주문이네요. 

 

 

일주문을 지나서 1km쯤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조심조심 천천히 운전합시다' 하고 써있었지만 차들은 이 오솔길에서도 속도를 팡팡 내고 달립니다.

짜증나네요. 사람이 옆에 지나가면 잠깐 좀 천천히 가면 안될까요?  짜증이 나지만 시원한 그늘이 마을을 싹 가라앉혀 줍니다. 

 

 

절에는 사람이 많이 없던데요. 저 가운데 아까 팽팽 달려간 운전자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절에 왔으니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하는데..ㅎㅎ

 


 

대웅전이군요. 사실 이것저것 미리 공부하고 간 것도 아니고 한자로 대 자가 보이니 대웅전인가 싶습니다. 자세한 건 묻지 마세요.

 


바로 밑에 주차장이 있는데 절 마당에 까지 차를 이렇게 끌어다 놔야 할까요? 아까 먼지를 내면서 팽하고 지나간 차군요. 

법당 코밑에 차를 세워놓았네요. 시주를 많이 해서 봐주는 건가 싶습니다. 질서가 뭐 대단한 거 아니죠. 그냥 작은 약속같은 거 지켜가는 거지.

뭔가 사정이 있어 그러겠거니 하고 이해하려고 해도 좀 그렇습니다. 

 

 

더위속에 달려와서 음료수라도 한 잔 마시려고 했더니 자판기가 앙탈을 부리네요. 바로 옆에 사무실에 자판기 고장났다고 얘기를 해서 음료수를 빼 마십니다.

 

 

이름난 절답게 건물이 볼만하더라고요. 오래된 나무결이 예쁘더라고요.

 


세월이 느껴지지 않나요? 색이 빛바래고 벗겨져서 세월이 묻어납니다.

 


 

절에서 나올 때는 날이 더욱 뜨겁습니다.

더위하고 맞짱떠서 좋을 건 하나도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자전거로 맞짱을 떠야 합니다. 흐흑...

끝내 그날 저녁 아프리카 탐험이라도 하고 온듯 선글라스 낀 눈만 빼곤 새까맣게 얼굴이 타버렸습니다. 팔다리를 보면 흑염소가 친구하자고 할 거 같더군요.

더위에 참패를 당했습니다. 참패를 당해서 그날은 저녁을 먹자마자 다음날 아침까지 KO되어 버렸습니다.

겁없이 나선 초보를 무더위는 사정없이 후려 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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