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면에서 수도암까지는 8km 넘습니다.
아침부터 구미에서 성주호를 지나 몇 시간을 자전거로 달려왔기에 힘이 들어 죽을 맛입니다.
자전거 타고 다니면 그때마다 생각을 합니다.
'왜 이런 고생을 하지? 그냥 가만히 쉬면 편하고 좋을 텐데...'
자동차로 가면 편하죠. 그렇지만 또 차를 타고 가다가도 힘들면 그런 생각 합니다.
'그냥 집에서 시원한 거 먹으면서 에어컨에 몸을 맡기면 좋을 텐데...'
아침 6시에 구미를 벗어나서 11시가 조금 넘어 증산면에 닿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다시 수도암으로 갑니다.
증산면을 벗어나 골짜기를 따라 오릅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오르막이 얕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갑니다. 곧 그 즐거운 마음이 깨끗하게 사라지죠.
성주 무흘구곡에서 제9곡인 용소폭포 입니다. 폭포가 생각보다 작아요. 저거 중요한 게 아닙니다. 수도암까지 가자면 아직 멀었어요.
이쪽은 몽땅 물길이 돌덩어리로 이뤄져 있습니다. 물이 맑고 깨끗해서 보기는 시원 합니다.
폭포를 지나니 차선도 하나 줄어듭니다.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차츰 더 들어요.
사진으론 평지지만 끈끈한 오르막 입니다. 거기에 앞에서 바람까지 불어주니 종아리며 허벅지가 미어 터질 거 같습니다.
그래도 잠깐잠깐 골짜기에 흐르는 물 소리가 고통을 없애줍니다. 그래도 자전거 탈 때 맞바람은 아주 고통스럽습니다. 이래서 바람을 피우지 말라는 건가 봅니다. -- 헉, 어디서 되지도 않는 개그를...
넓찍한 바위가 좋습니다. 위로 갈 수록 생각보다 물이 많네요.
수도교... 수도암으로 가고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 그나저나 끈끈한 오르막이 사람 잡네요. 수도암은 아직 멀었나? 왜 산꼭대기에 지은 걸까? 대충 여기쯤 자리 잡지...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요? 유난히 이름 남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자기 컴퓨터 바탕 화면이나 블로그에 실컷 써 놓으세요. 이름 봐선 형제끼리 온 거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이러면 안 됩니다.
어지간하면 뭔가 나올만 하건만 가도가도 산 뿐입니다.
모퉁이 돌면 오르막은 끝나겠지?? 이 생각으로 자전거를 탑니다. 그러나 모퉁이를 돌았는데 또 높다란 오르막이 있을 때는.... 홱 돌아서고 싶은 충동이 아주 강하게 듭니다. ㅎㅎ
가끔 차가 내려 옵니다. 이런 구부러진 풍경이 좋다고 생각없이 가는데 앞에서 차가 느닷없이 튀어나오면 얼마나 놀라는지.
아무리 한가한 길이라도 안 보이는 곳에선 좀 천천히 오던가 하세요.
얼마나 올랐을까요. 드디어 수도리 입니다.
이 넓은 밭에서 아저씨 혼자 일하는 모습에 좀 놀랬습니다. 이걸 일일이 손으로 다..........
수도리 마을은 산골 마을 입니다.
그래도 수도암이 있어 오가는 차가 있으니 작은 관광지라고 해야 할까. 밥집도 있고, 민박도 있습니다.
마을에 해탈교가 있네요. 이 다리를 건너 수도암으로 갑니다.
올라오는 길이 어찌나 힘들고 지루한지 내가 해탈할 지경입니다. 휴우....................
마을 지나면 제대로 오르막이 시작 됩니다.
보통 산을 오르면 처음과 끝부분이 가파르죠. 여기도 마을 끝나자마자 바로 대놓고 오르막 입니다. 모퉁이 하나 돌아서는데 차가 서 있어요.
비웃는 거 같습니다. '저것들 뭐야? 뭐한다고 저런 생고생을 하나...' 하고 손가락질 할 거 같습니다. ㅎㅎ
가파른 시멘트 길로 접어 듭니다.
정말 빡센 오르막이네요. 사실 여길 오르면서 얼마나 힘들던지... 지고 있던 가방을 골짜기 아래로 던져버릴까도 생각 했었습니다.
나중에 거창군 가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만....
올라가는 길이 좀 구불구불하면 그래도 좀 덜한데 보란듯이 일자로 쭉 뻗어어요.
할 수 없이 지그재그로 올라 갑니다. 그나마 폭이 좁아서 그 지그재그가 더 힘들어요. 가방을 던졌어야 했을까요? --;;;
나죽었네... 하고 숨이 턱에 차도록 올랐습니다.
뭔놈의 산길을 일자루다가 쭉 펴 놓았을까요. 좀 구비구비 돌아가게 만들면 오르기도 좋을 텐데요...
이 수도암 오르는 시멘트 길은 줄 자 대놓고 길을 만들었나 봅니다. 오를 테면 올라봐라.. 하는 듯이.
어쨌거나 시뻘개진 얼굴로 오르다보니 드디어 수도암이 보입니다. 아아.. 살았습니다.
마지막 고비에서 힘들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중간쯤에서 되돌아 가지 않아 다행이네요.
수도암에 들어서기 앞서.. 자전거에 내려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묵념이나 기도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구경하자면 숨이 좀 가라앉아야 하니까요. 한참을 서서 숨을 고르고서야 절 안으로 들어 갑니다.
힘들게 올라 온 절, 수도암에는 고요함이 감돕니다.
이 깊은 산속에 이 고요함이란....
그윽한 맛,
아, 이런 맛이구나.. 하고 느껴봅니다.
수도암에서 맛보는 깊은 풍경, 그리도 둘레 풍경...
누군가 다녀본 곳 가운데 어디가 좋냐고 물으면 이 수도암에 꼭 가보라고 하겠습니다.
참 좋습니다.
수도암을 둘러보고 나니,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전거를 내팽개치지 않은 게 다행일만큼 막판에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네요.
수도암은 힘들게 올라온 고통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곳 이었습니다.
절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무척이나 시원 했고, 오래된 건물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줍니다.
수도암을 찾은 이날은 날이 흐려서 어쩐지 둘레 풍경도 쓸쓸함이 감돌았습니다.
한 폭 그림같은 수도암....
산 중턱에 퍼지는 풍경 소리를 들으면서 우린 그 가파른 오르막을 웃으면서 내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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