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석탄박물관을 나와서 가읍읍 버스터미널 까지 걸어갑니다.
길이 한적하네요.
한창 석탄을 캐낼 때는 북적거렸다고 하는데, 이젠 빈집도 많고 거리도 조용합니다.
방금 나온 석탄박물관 앞쪽에는 구경 온 사람들이 줄을 이어 서 있던데, 겨우 몇 걸음 걸어 나오면 거짓말처럼 한산합니다.
석탄박물관이 있고 드라마 촬영지까지 있으니 이 둘레도 장사가 잘 될 거 같은데 여기 마을 분은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씀하십니다.
다들 자동차로 구경와서는 바로 떠나버리니 생각만큼 벌이는 안된다고 합니다.
햇살이 따가웠습니다.
쨍한 길에 반듯반듯한 가로수가 길손을 반깁니다.
날씨가 더우니 별생각이 다 듭니다. 그냥 하루 편한게 보내자면 시원한 거 마시며 방에서 드러누우면 될 일인데.
기어이 이 뜨거운 햇살아래 또 살을 태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내려가니 '가은역'이 나오네요.
옛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아! 가만히 보니 근대문화유산이라고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 그러고보니 꽤 오래 되었나봅니다.
사람도 없으니 쓸쓸하기까지 하지만 그 옛모습과, 군데군데 벗겨진 칠....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정겹게 보입니다.
문이 잠겨있어 들어갈 수 없으니 창문에서 찰칵!!
으아~ 안쪽에도 세월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누군가 열차표를 사러 올 듯 한데요.
근대문화유산 이란 팻말이 부끄럽게도 온통 벗겨지고 부서져갑니다. 근대문화라서 그대로 보관만 하는 걸까요. 조금 손을 보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은 몰라도 아마 저 소나무도 꽤 긴 세월 역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품고 있지 않을까요.
가은역 팻말도 성치 못합니다. 그 위쪽은 더 낡았고... 정말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네요.
이제는 기능을 다한 역, 가은 역입니다.
문닫은 역을 몇 곳 다녀봤지만 내가 본 가운데 가장 그모습 그대로 간직한 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랬으니 근대문화유산 이란 팻말이 붙었을 지도 모르겠고요. 그러지만 너무 낡아 있어요. 군데군데...
손을 봐서라도 지키는 게 옳은 거 아닐까 싶습니다.
역을 지나 읍내를 더 내려 갔습니다.
가은 터미널입니다.
우린 여기서 고모산성을 가려고 시내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우리 뿐.
시간이 좀 남아서 터미널 앞에 있는 중화요리 집으로 갑니다.
한 그릇에 6,500원짜리인 삼선덮밥인데...
사진을 못찍어서 영 맛이 없어 보이네요. 사실, 맛도 그냥 그랬습니다. 배가 고팠는데도.... --
어딘가 여행을 갔을 때 밥을 맛있게 먹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아, 맛이 없구나 싶으면 어쩐지 여행하는 즐거움 하나를 잃어버리는 기분이 듭니다.
뭐, 여기도 그랬습니다. --
차표 앞는곳 유리창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하고 써붙여 놨는데,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오가는 이도 드물어 그런지 오래 비워두고 볼일 보더군요.
뻥티기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리면서....
커피를 뽑아서 마시고, 사진을 여기저기 찍고.....
뭘 해도 우리가 떠나 올 때까지 더는 손님이 없었습니다.
한참 뒤에 들어온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우린 그렇게 가은을 떠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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